사다함이 미실에 전해준 매화의 정체가 밝혀 졌다. 매화는 가야에서 사용된 '책력'이였다. 미실이 남송의 <대명력>을 들여와 사다함의 매화를 결합하여 신라만의 책력을 만들려 하고 있다. 이는 곳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신라를 없애고 미실의 나라를 개국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며, 천제가 되고 싶은 욕망의 상징이다. 그 만큼 책력은 중요하다. 칭제를 한 신라는 신라 나름의 책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칭제를 할 수 없고, '연호'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대명력은 무엇일까? 잠시 살펴보자.
대명력(大明曆)
남북조의 송(宋)나라 대명(大明) 6년(462)에 조충지에 의해 완성되었다. 1회귀년의 길이를 365.2428일로 정하였는데 이는 현대의 측정치와 약 0.0006일, 즉 일년에 52초의 차이가 난다. 이 값은 통천력(1199) 이전의 제일 좋은 수치이다. 대명력은 우선 세차(45년 11월이 1도 차이가 나고, 현대의 측정치는 70여년에 1도 차이가 난다)를 역법의 계산에 사용하여 역법 계산의 정확성을 높혔다. 이미 19년 7윤의 옛 치윤법을 버리고 조충지는 391년 144윤의 새로운 치윤법을 사용하여 이를 천상에 더 부합하도록 했고 교점월의 일수를 27.21223일로 정확하게 측정하였다 이 값은 현대의 27.21222일과 다만 1초의 차이가 있다. 목성(중국 고대는 "세성"으로 불렀다)의 공전주기는 12×84/85=11.858년으로 측정하여 현대의 측정치 11.862년과 아주 근접하다. 조충지의 생전에는 대명력을 실시하지 못했으나 훗날 그의 아들인 조항의 노력으로 그가 죽은 후 10년, 즉 양(梁)의 천감(天監) 9년(510)에 정식으로 시행되었고 80년간 사용되었다.
설원랑과 세종이 모르는 '매화'를 찾아 미실을 미행한다. 그런데 미실이 미행 사실을 알고, 미실이 설원랑에게 당신이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 있다고 하듯이 "건봉2년에 한일을 알고 있다"고 협박한다.
미실이 건봉2년을 언급하다니 대단한 미실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잠시 나의 귀를 의심하였다.
미실이 설원랑에게 언급한 건봉2년은 언제 일까? 미실이 살아있고 설원랑이 젊어서 정당하지 못한 일을 말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600년 이전 상황이 된다. 그런데 년표를 아무리 뒤져 봐도 550~600년 사이에 건봉2년은 없다.
그렇다면 건봉 2년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건봉2년은 분명히 존재한다.
AD667 | 정묘丁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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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봉2년 |
건봉2년은 667년이 된다. 백제가 멸망하고, 백제 부흥운동이 막바지에 도달할 시점이다. 이정도 되면, 드라마 <선덕여왕>은 막가자는 이야기다. 죽었던(?) 칠숙도 살아나고, 그와 더불어 유모인 소화도 살아 났다. 나이어린 김유신(595년생)이 아막성(602년)전투에도 참전한다. 606년에 죽어야할 미실은 멀쩡히 살아있다. 그렇다면 606년 이전 상황일 것이다. 사신단의 정체는 '수나라'이다. 수나라는 618년 망한다. 그러니 최소한 시대적 배경은 618년 이전이 되어야 한다. 이제 선덕여왕에서 남은 건 타임머신 밖에 없다. 좀더 정교한 사극을 바란 나의 불찰일지 모른다. 이제 바라는 것은 사극이 사기극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도 사극으로 배우는 역사 시리즈는 계속 될것이다. 사실 사극이 역사적인 팩트를 벗어날때 배우는 재미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바른 역사를 보여준다면 이야기 거리가 없지 않겠는가? 단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구조만 따라, 연기를 잘하네 못하네만 주절거리면 그 뿐이니 글쓴이의 취미와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선덕여왕>이 끝날때 까지 글은 계속 될것같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 많은 <다음>에서는 기운빠지는 일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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