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집권초기, 이른바 4대 개혁입법(과거사/언론/국보법/사학법) 통과에 주력했던 경험이 있다. 이들 법안만 통과되면 마치 개혁이 완성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 것 같다. 물론 국보법을 제외한 법안들은 누더기(?)로 변해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 채로 통과되었다는 평가도 있고 또 이로 인해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초기부터 탄력을 받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4대 개혁입법이 지향하는 것은 기득권적 질서를 해체하는 단초가 된다는 의미에서 정당성이 있다고 보지만, 또한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보지만, 그 과정이 반드시 효율적이거나 적절했는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정치를, 국민이 골고루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라고 전제할 때, 개혁입법이 정치의 역할에 정확히 부합되는가? 물론, 불합리한 기득권적 질서의 해체와 조정은 이러한 정치과정에서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개혁입법은 그 제도적 뒷받침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개혁입법은 기득권적 세력과의 대결적 구도를 내포하는 가치지향적 성격을 가진다. 단적으로 말해서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나 민생문제에만 정치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집권초기 4대 개혁입법을 ‘집권초기에, 몰아서, 한꺼번에’ 처리하려 했던 시도가 방법론상 적절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현 정권에 대한 낮은 지지가 개혁입법과 관련되어 있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며 설사 개혁입법이 훼손되지 않은 채 통과되었다고 하더라도 정권 내내 높은 지지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기득권적 질서의 해체 자체가 어떤 정치적 노선의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구실서의 해체 후에 어떤 질서를 지향하고 구축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이러한 시각에서, 차기 정권이 취할 가치나 이를 실현할 방법론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원칙, 상식, 개혁과 같은 애매한 구호(이러한 구호들은 정치적 지향이 없는 수사에 불과하다)보다는, 본질적이면서 보다 근본적인 가치를 표현하면서도 그 표현에 의해 차기 정권이 실현할 구체적 정책들의 방향을 대략적이나마 가늠할 수 있는, ‘정책적 구호’가 필요하다.
이 정책적 구호는, 양극화 해소라던가, 복지정책 등 평등의 가치실현과 관련되는 민생개혁(사회, 경제적 민주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공약으로 표현되는 모든 - 보다 포괄적인 것이든 구체적인 것이든 – 정책들은 위와 같은 상위적 가치의 구체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정책추진에 의해 부산물로서 개혁이 달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정한 가치에 기초한 일관성 있는 정책의 추진 자체가 개혁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4대 개혁입법과 같은 범주의 성격을 가지는 법안들의 통과가 필요하다면, 이는, 이와 같은 일관성 있는 정책과정에 ‘발맞추어’ 추진하도록 한다. 국보법을 예로 들어 보자.
국보법은 폐지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이유야 어쨌건 그 폐지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는 국민들도 존재한다. 이 우려는 근본적으로는 분단상황, 불안정한 남북관계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므로 남북관계에 대한 차기정권의 지향과 역량에 따라 일정 부분 해소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대북정책의 획기적 진전과 그에 따른 남북관계의 변화가 있다면 보다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이다. 국보법 폐지’만’의 문제는 어떻게 보면 밑도 끝도 없는 이념의 대립만 초래할 뿐이지만, 이와 같은 정책의 기반과 국민적 지지가 있다면 그 부산물로서 당연히 수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편의상의 예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다른 개혁입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본적인 신뢰와 지지가 있으면 이념적 성격이 강하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사결정이나 제도의 도입이 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취지이다.
암튼..대통합’구도’에 관한 글을 쓸 것이 없는 것 보면 지금은 노선과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by 초록이 in 포플 (http://www.4ple.co.kr) / 빠돌이를 배격하는 서민중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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