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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세상

책 먹는 여우

   책 먹는 여우 -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언 옮김/ 주니어 김영사


 서양에서 여우는 동양에서와 달리 진지한 느낌보다는 해학적인 느낌에 가깝다. 영리하고 꾀를 잘 쓴다는 점에서 같지만 동양에서는 여우를 몽환적이고, 애환을 가진 존재로 본다. 반면 서양에서는 귀여운 악동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동서양의 여우에 관한 설화를 본다면 지역마다, 혹은 보는 관점에 따라 여우는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책 먹는 여우에 나오는 여우 아저씨는 우리가 생각하는 여우와 다르다. 욕심을 내다가 골탕 먹는 여우도 아니고 사연 깊은 슬픈 여우도 아니다. 단지 책 먹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그러나 여우 아저씨는 다른 여우처럼 영리하지 못해서 곧 어려움에 처했다. 세상에, 책 살 돈이 없어진 것이다.

 

 돈 돈 돈....... 이미 집안의 물건은 대부분 전당포에 가 있었다. 여우 아저씨는 큰 위기에 처했다. 꼬르륵 뱃속에서 울리는 소리는 여우 아저씨를 절박하게 만들었다.

 다행이도, 여우 아저씨에게 희망이 보였다.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는 맛있는 책이 많이 있었다. 여우 아저씨는 천국에 온 듯 마음껏 먹었다. 그러나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과연 여우 아저씨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여우 아저씨의 모델은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씨라고 한다. 이 동화에서 나타내는 것은 쉽게 보면 하나의 성공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보다 여우 아저씨라는 상징에 주목하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지리”는 맛없다고 안 먹고 흔한 전단지, 광고지를 먹고 배탈 난 아저씨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과는 다르다. 실리와 이익을 중시하는 현대인들과 달리 여우 아저씨는 문학을 즐기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60, 70년대 비틀즈를 비롯한 예술의 시대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여우 아저씨 같은 사람이 많이 있었다. 예술을 즐기고,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 여우 아저씨는 그런 사람들을 상징했다. 여우 아저씨가 책이 없어 서점을 터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의 처지를 잘 말해준다. “책이 고파....... 책이 고파.......” 배고픈 여우 아저씨가 “물어버리겠다”는 협박은 무척 유쾌한 유머이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친 예술가의 비애이기도 하다.

 

 책 먹는 여우는 한 번 읽어 볼만 한 책이다. 여우의 전화박스라는 동화와 같이 읽어 보면 여우에 대한 관점의 차이, 상징의 의미를 좀더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어디선가 유쾌한 여우 아저씨가 야금야금 책을 먹을 것을 상상하니 웃음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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