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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세상

영원에 대한 생각

영원

 

 Every little thing이라는 그룹이 있습니다. 제게는 무척 소중한 존재입니다. 영원성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ELT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무거운 역사책을 보면 일단 엄청난 분량에 기가 질립니다. 어떤 사람은 어쩌고, 저런 사람은 저렇고, 비슷한 내용이 단어의 표현에 따라 반복 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 중 인상 깊은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어느 누구나 불멸에 대해 집착하는 것입니다. 불로장생의 꿈을 버리지 못한 진시황, 한무제, 내세를 위해 만들어진 피라미드, 하늘을 향해 만들어진 바벨탑 등등. 이런 큰 기록 말고도 지금까지 불멸에 대한 집착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람은 헛된 짓인지 알면서 포기하지 않습니다.

 

 ELT는 데뷔 이후 여러 번 큰 위기를 맞이합니다. 3집 전후로 멤버 한 사람이 탈퇴하고 계속되는 하락세에 슬럼프를 맞이합니다. 또 투어 도중에 기관지염으로 쓰려져 사실상 고음 불가라는 가수로서의 생명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럼에도 무사히 10주년을 보내고 이제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노래 부르는 마음은 여전해 보입니다.

 

 불멸에 대한 집착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필요성으로 이어집니다. 종교는 이러한 절대적 존재를 형성하는 수단이자, 절대자를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만족시켜 줍니다. 정령, 자연, 신 등등. 이 모든 것이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고자하는 인간의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태도는 근대를 지나 현대에 와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종교적 신의 자리 대신 다른 것이 채워졌을 뿐입니다.

 

 ELT의 노래를 들으면서 변해버린 목소리, 변한 음악 스타일에 다른 사람 아니야? 하는 생각이 웃음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ELT는 ELT이고 노래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노래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는데 역시 세월은 피해갈수 없나 봅니다. 그렇게 보니 우주의 넓은 진리 속에는 시간의 흐름을 피해 갈 수 있는 게 없어 보입니다. 1초의 짧은 시간이라도 세상은 변하고, 불멸의 꿈은 헛된 망상에 불과합니다.

 

 처음에 영원성과 불멸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차츰 생각이 바뀌면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영원성은 변하지 않는 것 보다 존재하는 것에 무게를 둡니다. 영원성은 불멸보다 상위의 단어라고 생각됩니다. 불멸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태어났다면, 영원성은 이러한 불안감을 극복한 생의 순환에서 태어났습니다.

 

 인간은 죽음을 알기에 더욱 완전하고자 노력합니다. 영원성은 이러한 인간의 유한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태초부터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인격신이라는 완전한 인간의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델은 영원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이 존재를 통해 자신의 영원성을 확인합니다. 천국에 대한 염원은 이를 확인해주는 장소입니다.

 

 최근에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주인공의 어머니의 죽음, 아르헨티나 할머니와의 만남, 변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생각,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죽음. 마치 생의 과정과 같은 경험을 통해 주인공은 생명의 순환 속에 숨겨진 영원성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한 생명이 ‘긴 휴식’에 들어가고 다른 생명이 태어나면서 인간은 영원한 존재가 됩니다. 떠난 사람이 들어올 사람을 위해 남긴 흔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무관한 것을 얻게 됩니다.

 

 지금의 ELT는 예전의 ELT와 다릅니다. 기다리고 있을 미래의 ELT도 지금과 다릅니다. 이제 만난지 2년, 그동안 추억을 만들고, 흔적을 통해 과거를 알고 현재를 사랑하고 내일을 기다립니다. 영원은 그 속에 있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완전한 존재로 향하고자 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인간의 존재를 만들고 ‘영원성’을 만든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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